겨울 나무 산월/최길준 산은 늘 살아 숨을 쉰다 과거와 현재 미래에도 온 산이 하얀 눈으로 뒤덮일 때쯤 나무는 나직이 신음을 앓는다 추위와 헐벗음에 온몸을 떨면서 아무도 찾아 주는 이 없지만 네 슬픔은 외롭게 서 있어야 하는 천 년의 고독 마른 가지에 소복이 쌓인 눈을 바람이 흔든다 하얀 눈발이 몇 번씩 쌓이고 수많은 생명체가 긴 겨울잠을 잘 때 나무는 흰 눈 속에서 고운 꿈을 키우며 숱한 기다림 속 사랑의 목마름으로 서 있다 겨울 숲엔 햇볕이 귀하지만 얼었던 계곡이 녹고 산새가 찾아오면 봄이 오는 희망의 소리를 듣는다 물오르는 나무엔 귀한 생명의 싹이 움튼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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